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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遇스토리:D/책 추천

이해인 시모음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by 우스토리 2020.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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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D 우스토립니다.

너무도 유명한 수녀이자 시인이시죠. 이해인님의 시집을 만났습니다.

꽃과 새, 자연을 노래하며 병을 이겨내려는 의지의 표출이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희망이 됩니다.

이 땅의 모든 것들의 어머니가 되고자 하시는 이해인님의 시 중에 건방지지만 특히나 제 가슴을 울린 시 몇개를 소개하고 물러가겠습니다.



 


더위 속의 바람

바람 속의 더위

 

여름 내내

성가신 친구였던

모기와도

고운 마음으로

작별을 고하며

 

하늘을 보니

저만치서

가을이 웃고 있네

 

가을에는 더 착해질 것을

다짐하는 마음에

흰구름이 내려앉네

 


 

 


살다 보면

내가 당신 앞에

책이 되는 순간이 있어요

 

대충 넘기지 말고

꼼꼼히 읽어주세요

스치지만 말고

잠시 사랑으로

머물러 주세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한 권의 책인 내가

당신을 읽는다는 것도

기억해주세요

 

끝까지 다 읽어보지도 않고

나를 판단하진 말아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어느 날

아름다운 우정이

우리 사이에 꽃으로 피어나는 기쁨을

기대할게요

 


 


침방

침실

수방

으로 불리는

 

나의 자그만 방

조은집 407호실

 

여기서 나는

오랜 시간

생각하고

기도하고

꿈꾸고 잠들었지

 

언젠가는

먼 길 떠나

이 방을

비우고

다른 이가 들어와

살게 되겠지

 

오늘은

처음으로 이 방이

바다 위에 뜬 섬 같기도 고

기쁘게 항해하는

한 척의 배와 같이 느껴져서

창문을 열어보네

 

내가 살아 있어

새롭게 정겨운

나의 방에서

 

행복은 이리도

가까이 있는 것을 깨닫는

가을의 아침

 


 


나는 숨어서 울고 싶은데

봄볕이 자꾸만 신호를 보내

밖으로 나가

웃음을 안고 들어왔지

 

누구하고도 말고 싶지 않은

시무룩한 날

 

새들이 자꾸만 신호를 보내

나는 창문을 열고

노래를 따라 불렀지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고마운 봄

 



나무야 안녕?

너는 내가

자면서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알고 있지?

사람들은

내 말을 건성으로 듣는데

너는 항상

끝까지 잘 들어주고

때로는 앞질러 들어주어

정말 고마워

사랑은

잘 듣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님을

너는 매번 새롭게

깨우쳐주는구나

나도 너를 닮은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세상을 향해

두 팔 벌리고

사람들을 만날게

사랑의 첫 마음으로

잘 듣는 사람이 될게


 


무엇을 먹어

저리도 밝고 맑은 소리로

새들은 나를 깨우는지

 

몸의 무게와

욕심의 무게를

덜어내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아

오늘도 걱정하는

많은 이들에게

 

가벼운 새들은

무겁게 말을 하네

 

먼저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보세요

조건 없이 사랑해보세요

그러면

어느 날 가벼워진

자신을 보게 될 거예요


 


어느 날

빙빙 도는 어지럼증에

눈 감으면 금방 죽을 것 같던

그 낯선 순간들이

벌써 몇 번째인지

침대 위에 누워

안간힘을 쓰다가

이마에 상처를 냈다

 

나는 큰일인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무심히 제자리에 있는 세상

나 홀로 외로웠지

기적처럼

다시 돌아온

나의 일상이

너무 낯익어서

오히려 낯설다

 

이젠

한 걸음 한 걸음

내 발로 내딛는

생의 모든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잠시 낯설다

 

또 살아봐야지


 


숲길에서

잔디 밭에서

나와 눈이 마주쳤던

그 조그만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언젠가 나의 창가에

깃털 한 개

살짝 남겨두고 떠난

그 새가 보고 싶어

하늘을을 보네

 

나의 꽃밭에서

즐겁게 노닐던

하얀 나비들은

어디로 갔을까

 

바닷가에서

나에게 깊은 말을 건넸던

어느 날의 파도

수평선 너머의 흰 구름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오래 만나

익숙한 것들

다 그리워 할 틈도 없는데

왜 사라진 것들이

꼭 한 번밖엔 만난 적 없는

그런 존재가

문득 보고 싶은 걸까

가만히 가만히

그리움으로 밀려오는 걸까


 

 


깊은 산에

당신의

살과 뼈를 묻고

 

산보다 큰 슬픔 하난

가슴에 품고

내려오네

 

소리쳐 울면

이 슬픔도

가벼워질 것 같아서

 

나는 이제

울지도 못하네

 

햇빛을 데리고

당신이 쓰던 빈방에 들어가니

들려오는 목소리

 

지상에 머무는 동안

햇볕을 많이 쪼이고

사랑도 많이 하고

평범한 행복을

즐기고 오라 하네


 


가지마 가지마

나는 자꾸 붙들고

 

가야 해 가야 해

너는 계속 떠나고

 

나의 눈물도 이제는

소용이 없나 보다

 

우리를 갈라놓은

운명의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네

 

나는 이제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네가 떠난 후

나에겐 어떤 기쁨도 없다

이별은 또 하나의 죽음임을

처음 알았다


 

 


너는 네 말만 하고

나는 내 말만 하고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대화를 시작해도

소통이 안 되는 벽을 느낄 때

 

꼭 나누고 싶어서

어떤 감동적인 이야길

옆 사람에게 전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나는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 데

가장 가까운 이들이

그것도 못 참느냐는 눈길로

나를 무심히 바라볼 때

 

내가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며

화해의 악수를 청해도

지금은 아니라면서

악수를 거절할 때

 

누군가 나를 험담하는 말이

돌고 돌아서

나에게 도착 했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외롭다

쓸쓸하고 쓸쓸해서

하늘만 본다



실패란?

"한 번 더 시도해보지 않는 게 유일한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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